관계의 재구성

관계의 재구성

누구에게서 추천받았는지는 몰라도, 내 보관함에 있던 책이다.
이번에 한꺼번에 지름을 하며 구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책 표지가 일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드넓은 인생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그려보는 관계 조감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때로는 그 관계의 가시 때문에 상처가 나 힘들어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 때쯤 관계에 대한 기대를 일부분 포기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이나 학생들,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힘드냐고 물어보았을 때, 다른 것도 아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이야기를 할까.

『관계의 재구성』은 다양한 관계의 틀들 중 열두 개를 골라 집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이 세상 속의 ‘나’를 제대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특히 내면성장의 기초가 되는 열두 가지 관계의 과제를 영화라는 텍스트를 끌어들여 풀어냈는데, 대중영화의 등장인물과 드라마 전개는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을 담고 있고 성장의 코드를 풀어내는 데 제격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면의 아이가 성장을 멈춰버린 그곳을 찾아가 원인을 살펴보고 되도록 현실적인 처방전을 주려 노력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할 과제들 중, 시간의 축으로 마음은 아이인데 어른이 되라는 부추김을 받는 청소년기, 이제 빨리 한몫을 하라고는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청년기,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벌써 문 닫고 집에 갈 준비를 하라는 소리에 괴로움을 겪는 중년기로 나눴다. 중요한 관계의 축으로는 넘어서야 할 존재이자 모방해야 할 대상인 아버지, 영원한 라이벌이자 인생의 거울인 형제, 가족의 울타리 밖의 첫 관계인 친구, 가족을 만들어간다는 책임과 선택의 고민을 던져주는 배우자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평생 언제 어느 때건 맞닥뜨리고 풀어야 할 난제들인 믿음, 사랑과 애착, 후회, 상실의 아픔을 따로 떼어 생각할 거리들을 던졌다.

어른인 내 안에는 성장이 멈춘 아이가 남아 있다!
물론 각자 자신의 열두 개의 관계틀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이미 해결된 것들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아직도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존재도 모른 채 성장이 멈추어버린 자기 안의 아이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할 것이라 믿는다. 자신 안에 멈춰선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지만 상처를 들추고 싶지 않다는, 아픔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꾸 반복되는 인간관계의 어그러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실패한 관계의 과제들을 찾아내 어긋난 부분을 짜맞춰 미뤄졌던 성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기 안의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어 지금의 생물학적 성장과 발을 맞출 수 있게 될 때 그 인생은 훨씬 여유롭고 만족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방치된 아이는 아마 유년기 때 ‘신뢰’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부터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신뢰’는 태어나면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의 결과물이다. 내 몸에 대한 신뢰를 시작으로, 나란 인간의 내적 경계에 대한 확신, 가족과 사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세상이나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점차 확장된다. 그런데 믿음이 깨지거나 의심을 품게 되면 그 역순으로 방어막이 허물어진다. 그리고 급기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생긴다. 신뢰란 나란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깔아주는 반석이다. 이 반석이 존재해야 내가 있고, 또 관계가 있다. 그래서 관계에 대해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영역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어릴 때 신뢰감이 튼튼하게 형성되면 웬만한 인생사의 고난에 쉽사리 나, 타인, 세상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심리학자 에릭슨의 이론에 따르면 신뢰 문제는 1세 전후에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발달과제이지만 그 나이를 지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후의 인생사에서도 끊임없이 이 문제는 도전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유일한 의존대상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총체적인 믿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먼저 ‘나는 지금 제대로 하고 있어’, ‘내가 옳아’라는 자기 확신감과 ‘나는 쓸 만한 사람이야’,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내가 하는 일은 가치가 있어’라는 ‘자기 존중감’에 문제가 생긴다.

배배 꼬인 인생의 관계들을 제대로 풀어내 리모델링하고 싶을 때 던지는 물음들. 그 물음 속에 답이 있다!
자신에 대한 이러한 자신감과 확신감은 도미노 현상처럼 이후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관계 안에서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유년기를 지나 소년과 소녀가 되어 청년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내가 결정한 삶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등을 고민하게 된다. 또한 물론 어렸을 때부터 형제나 친구 문제로 갈등과 고민을 가질 수는 있지만, 성장하면서 그 고민의 폭과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즉 형제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남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나만의 개성이라 여기는가? 내가 갖고 있는 타고난 기질 중 바꾸기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어떻게 하면 둘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그가 언제나 나를 돌봐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의존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주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동등한 상호관계 속에 각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애정을 원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다.

이제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찾아온다. 첫 번째 사춘기가 처음으로 나의 정체감을 세워보는 것이었다면, 중년에 맞이하는 제2의 사춘기는 중간결산이고 정체감의 일대혁신을 꿈꾸는 마지막 전환점이자 시발점이다. 이 시기를 잘 준비하고 넘기면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이때는 외부의 시선을 거둬들여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때이다. 청년기에도 한 번 물어보았듯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편안하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뭐지?”라고 물어볼 때가 되었다. 결국 내 자신의 페이스가 중요한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내 옆에서 나를 염려해주는 사람들만 있다면 인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다종다양한 갈등 속에서 애증으로 얽혀 있던 관계라 하더라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죽음’ 앞에 다다르면 아픔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 때문에 떠나보내지 못해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온전하고 통합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란 큰 아픔을 한 번씩은 경험해야 하고, 지금의 내 삶과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죽음을 경험하고, 소중한 대상을 떠나보내고 나면 인간은 결국 유한한 존재일 뿐이라는 대명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룬 열두 개 관계의 축들 이외에도 인생에는 수많은 관계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이 책에서 제시한 관계들과 부대끼며 워밍업을 하면서, 상처 때문에 생긴 옹이들도 모두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좀더 다양한 관계와 본격적으로 만났을 때에도 성숙하게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내 마음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1 유년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 – 아이와 부모
맨 처음 만나는 신뢰대상, 부모 | 놀이로 극복하는 유기 불안 | 아버지를 닮고 싶어요 | 신뢰는 대인관계의 윤활유 | 불신은 피해의식을 낳고 | 네 잘못이 아니야 | 나를 좀 잡아줘요 |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을 믿기 위해

2 높고 두꺼운 벽을 넘어서 – 아버지와 아들
동성부모에게 느끼는 질투와 저항 | 저항 없는 동일시 | 아버지의 복수는 아들의 것? | 아버지로부터 홀로 서기

3 소년과 소녀의 울타리를 벗어나 – 사춘기 아이들
이제 숙녀교육을 받을 나이 | ‘영원히’는 너무 길어 | 동상이몽: 웬디가 바라는 것, 피터 팬이 바라는 것 | 난 나예요, 더 이상 간섭하지 마세요!

4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나 – 형제
형제는 질투한다, 부러워한다 | 가정은 무대요, 부모는 연출자가 되다 | 맏자식이 지고 사는 책임의 무게 | 형제라는 거울을 통해 익히는 다양한 페르소나

5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시나요? – 젊은이의 초상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딜레마 | 정체성 문제로 충돌과 갈등을 겪다 | 왜 내가 해야 하지? | 자유와 힘을 조절하다 | 진지한 친밀감에 대하여 |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 찾기 |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6 왜 내겐 진정한 친구가 없지? – 친구
가는 길이 다른 네 친구의 인생유전 | 친구는 놀면서 친해진다 | 비밀을 공유하다 | 친구끼리는 미안한 것 없다 |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 | 때로는 내 자아의 다른 모습으로 | 우정은 섹스 없는 연애다 |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

7 결혼이란 미친 짓?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 – 부부
결혼의 조건 | 지뢰밭처럼 위태로운 부부간 의사소통 | 하나가 되고픈 환상과 나를 지키려는 본능 사이 | 집착과 의심 | 꼭 확인해야 해? | 배반하면 끝장이야! | 자기애와 사랑 | 다름과 차이 인정하기

8 사랑과 돌봄의 차이 – 사랑
사랑이 흘러간다 | 먹여주고 안아주고 쉴 자리를 주다 | 애착과 사랑의 차이 | 돌봄은 사랑의 충족조건이 아니다 | 사랑이 변하니? 응, 그래야 돼!

9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시간들 – 중년
주연에서 조연으로 무대를 옮기다 | 인생의 반이 지났는데 | 현실의 벽을 인정해야 할까? | 중년에 맞이하는 제2의 사춘기 | 나는 소중하니까 | 강함에서 유연함으로의 전환 |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

10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 공감
이심전심과 동상이몽 | 공감을 통해 사랑이 충만한 사람으로 거듭나다 | 공감과 동감 | 마음 읽기 능력을 시험해보다 | 아기적인 공감을 벗어나 | 나를 한 번 분석해봐 | 공감이 두려운 사람들 | 공감의 문을 여는 길

11 후회스러운 것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 후회
나 돌아갈래! | 지워지지 않는 후회 | 기억을 모두 지우다 | 진정한 후회는 삶을 발전시킨다

12 영원한 헤어짐,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상실
정신분석가가 받아들이는 아들의 죽음 | 이별 후에 오는 것들 |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영원히 떠나 보낸다는 것

내 마음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여행
참고문헌과 인용한 영화


“관계의 재구성”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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