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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뭐랄까..
내가 있는 이 지하의 깊은 곳에서도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하는 궁금함이 든다.

#1.

오래간만이다.

내 생각을 글로 적는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인데, ‘다름’을 ‘옳지 않음’으로 인식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많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아주 많이 바빴던 것은 아니다. 밥을 먹고 산책할 시간은 있었으니까..
일을 하며, 취미로 책들을 사서 머릿글만 읽어보고 책꽂이로 보내기를 수십번…
그조차도 나를 돌아보는 일에는 여유를 주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아버지가 되었고, 이곳에서의 생활도 2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없는 이 곳에서의 생활은 내년의 내가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지난해말 재계약을 앞두고 불안했던 것처럼… 매년 그런 불안을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매일의 생활은 반복된다.
그 속에서 나를 찾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안 그랬는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였고, 내 이야기를 하는데에도 주저 없었는데…
점점 단단하지도 못한 달팽이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2.

아마도 비가와서인 것 같다.

이전에도 수없이 글을 적고자 하였지만, 마음속에서만 사그라져갔다.
무엇인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만 그게 정답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 면접을 갔던 곳에서 들었던 이야기.. “해야할 일,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을 잘 해야 한다.”
그 때는 뭔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저 해야할 일들을 앞에 두고 떠밀려 사는 형국.. 결국에는 하고 싶은 일들은 저 멀리 미루어져만 간다.
그저 주말의 낮잠을 자는 여유(그나마도 쉽지 않다. 아기가 아침형 인간이다…ㅠ)만으로 모든 것을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나버리는 이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서.. (기회가 오더라도 나는 그럴만한 용기는 없는 소시민이다.)

나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살아오셨겠지만…

#3.

잘 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래간만에 쓰고 싶은 글을 썼으니, 이로써 하고 싶은 일을 하나는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