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맞은 영혼

따귀 맞은 영혼
제목도 참..ㅋ
부제는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내가 젤 좋아하는 책중의 하나인 관계의 재구성을 펴낸 궁리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참 놀라운 일이에요. 어른인 우리가 아직도 이런 사소한 일들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는 게 말이에요.” – 모욕감에 떠는 상처받은 영혼들의 이야기 !
이 책은 사람들이 언제, 왜 상처받고 괴로워하는지 그리고 거기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삶이라는 것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은 그 만남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따라서 남과의 관계에서 겪는 마음상함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에 따라 이 마음상함에 훨씬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풍부한 임상 경험과 게슈탈트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인들의 마음의 상처를 깊이 있게 해부한 국내 최초의 번역서 !
일상에서 느끼는 좌절감, 우울감, 불안감, 분노, 수치심, 소외감 등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어디서 비롯하는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게슈탈트 심리 치료 이론에 입각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모든 일은 자기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라든지 모든 악한 것을 남의 것으로 간주하는 투사,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내사 등이 우리를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또한 이 책은 독일 사람들의 임상 사례를 예로 들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는 독일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사례들은 저마다 독특한 배경과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이 책의 내용
‘속상하다’, ‘자존심 상한다’ 같은 비교적 가벼운 언급에서부터 ‘끌탕’, ‘울화병’, 심지어 ‘한’이라는 개념에 이르기까지, 한국어에는 상처 난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참으로 다양하다. 상처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누구나 모두 겪게 마련인 체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세세히 분류가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도 그만큼 많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태를 일단 의식한 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방향을 돌려 ‘해결 안 되는 그 일’을 넋두리하는 것에서 우리의 인식 능력을 과시하며 자위하는 예도 적잖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따귀 맞은 영혼]이라는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거부당한) 모욕감에 떠는 아픈 영혼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체험에서 볼 때 모욕감이란 비단 욕설이나 비난 같은 적극적인 공격의 산물만은 아니다. 당연히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에서 사랑이나 인정,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태 역시, 우리의 마음 안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날카로운 상처로 각인된다. 이 상처는 개인의 건강한 자존감이 뒤흔들리고 망가지면서 생겨나는 마음의 염증 같은 것이다. 심한 염증이 열과 통증, 심지어 악취까지 동반하면서 환자를 괴롭히듯, 면역 체계가 교란된 우리의 마음에는 일상의 온갖 사건들이 전에 없던 위력으로 엄습해 온다. 겁에 질린 마음은 적을 직면하여 대항하기를 아예 포기하고 그저 숨을 곳만 찾는다.

남과의 접촉을 피하거나 약물 중독에 빠지는 것만이 도피가 아니다. 얼핏 매우 적극적·긍정적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 중에도, 자신의 내면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갈증 속에 쳇바퀴를 도는 실상이 발견될 때가 있다. 한국과 같이 종적 질서, 공동체에 대한 의식과 요구가 확고하고 엄숙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서와 가치관이 모여서 집단의 정서와 가치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되기가 쉬우므로, 자존감이 위기에 처할 경우 개인의 반응은 아마도 위의 두 예 중 후자 쪽으로의 경향을 더 많이 보이리라고 짐작된다. 지나치리만큼 헌신적·희생적 역할을 자처하는 소위 ‘천사표’,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직접 하지 않음으로써 정작 자기가 가장 보호해주어야 할 사람을 어렵게 하는 ‘무골호인’형은 바로 그런 보호막 뒤에 숨어서 자신의 욕구와의 대면을 피하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상담의 이론적 토대로 삼고 있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체험의 ‘접촉주기장애’라는 용어로 규정한다.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사람은 그것을 자기에게 의미 있는 욕구(게슈탈트)로 형성하여 인식하는 한편, 그때부터 자기 안의 에너지를 모아 이 욕구를 해결하는 데 전념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욕구가 채워지게 되면 이 게슈탈트는 해체되어 인식의 배경으로 물러나면서, 한 가지 체험이 완성된다. 이렇게 한 가지 게슈탈트가 생성-해체되는 경험을 할 때, 곧 과제가 자기 힘으로 성취되었을 때 자아는 만족감을 느끼며, 이 만족감은 인성을 살찌워서 앞으로 맞게 될 다른 변화에도 열린 태도를 취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가 게슈탈트의 이러한 형성-해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해결되지 않은 게슈탈트가 내면에서 떠돌게 되면, 마치 체증에 걸린 것처럼 그 체험을 소화해내지 못함으로써 점점 자기 자신과 유리되는 삶, 다시 말하면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따라서 게슈탈트 심리 상담과 치료의 초점은 내담자에게 이 ‘해결되지 못한’ 욕구를 찾아내어 해소하게끔 하는 데로 모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접촉을 끊지 않으면서’ 자신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납득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게슈탈트를 완결시키지 않는 한 설사 이별을 감행한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은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따라서 참된 의미의 새 출발을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삶에 별 의의를 느끼지 못한 채 그저 관습에 따라서, 외부에서 오는 자극적인 사건만을 기다리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항상 쉴새없이 바쁘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런 미래를 향해 희망에 차서 노력하고 있다고 딱히 말할 기분도 못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삶은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그리고 친구간에도 말이다. 그러려면 그 관계에 상처가 없어야 한다. 남은 상처가 해소되어야 한다.

무엇이 마음상하게 하는가
비난이나 배척, 거절, 따돌림, 무시 같은 스스로 가치가 깎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들이 마음상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엇이든 자기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태도라든지 남이 나에게 해를 입히려고 한다고 믿는 투사, 타인의 확신을 자기 것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내사 등의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대개 이전에 받았던 상처, 자존감을 건드린 마음상함의 경험과 관계가 있는데, 게슈탈트심리치료에서는 이러한 것을 ‘미해결 과제(게슈탈트)’라고 한다. 이러한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우리의 영혼과 육체에 흔적을 남겨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질 때마다 상처를 덧나게 하고, 그래서 다시 마음상함을 겪게 하는 것이다.

마음상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상처받은 사람은 남과의 관계를 끊고 어딘가로 숨어버리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 안에 숨어버리는 대신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상대에게 고백하고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직접 대면하는 연습을 통해 과거의 상처받은 경험을 두려움 없이 바로 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대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된 시각을 확대시켜 남과 공감하고 남을 이해하는 것(역지사지) 또한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만 매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유를 가지고 마음을 열어놓음으로써 마음상하게 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