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3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언제나처럼 깨닫는 사실들..

1. 군복은 매우 무겁고 춥다. 가기 전에 집에 딱 2장 있는 내복을 입을까 말까 백번 고민하다가 그냥 갔다. 심지어 야상도 입어야하나 하고 고민 했었는데… 역시 군복은 춥다.
2.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없이 기다리는 것. 핸드폰이라도 쥐고 있으면 좀 덜할텐데..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앞사람 발만보고 걷고 무작정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 기다림이 제일 어렵다.

얼마나 걸었다고… 발바닥에 물집까지 잡혀서 왔다..ㅠ

20170113

우리집을 내놓았다고 한다. 13일의 금요일인 오늘 부동산을 통해서 연락을 받았다. 벌써 2년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주인집은 외국에 살고 있어서 당연히도 계약 연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우리집이 검색이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이… 몇 달 안으로 다른 살 곳을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을 옮겨야 한다. 사실 2년 전까지만해도 그리 걱정 없이 지냈던 것 같다. 비록 엘리베이터도 없는 꼭대기 층의 임대주택이었지만 잘 살고 있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사실 지난 주간 내가 했던 고민은 싹 사라지더라. 그것은 문제가 아니였다. 당장 살 곳이 흔들리고 있는데…

지금은 현실이다. 우리 부모님도 여러번 이사를하다가 내가 어릴 적에야 집을 새로 지어서 마련하셨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빚을 다 갚게 되셨다. 부모님이 다 해 주셔서 나중에야 안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이게 나와 아내가 꾸려가야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앞이 막막하다. 원래 성격 상 변화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가장 공격적인 문제는 주거문제인 것 같다.

오래된 아파트라 이리 저리 고장난 데도 많았다. 이사 당시부터 켜지는 전등이 거의 없어 선을 새로 따서 바꿔 놓았고, 작년엔 수도가 터졌었다. 사건 이후로 물소리가 나기만 하면 불안해하며 지냈었다. 불과 지난주만해도 2군데를 더 내가 고쳤다. 이미 그때부터 부동산에서는 급매물로 올라와 있었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시간이더라. 그냥 둘껄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우리집이 아닌데, 현실을 잊고 있었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접었다. 잠시만 쉬고.. 다시 달려야지…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아니, 잠깐만 울어야지.

20160210

요즘 악몽을 꾼다. 인생에 있어 두 번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못내 아쉬워서 낮에도 아쉬워하고 꿈속에서도 놓지 못하고 있다. 다 내 욕심이고, 훗날에는 어떠한 결과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불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달려들지 못한 나를 한탄한다.
기나긴 연휴 속에서 이틀간 당직이었는데, 그간 정말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온전히 당직에 임한 것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것이 나를 위한 위로라 생각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남은 시간들은 양치하며 흘려보내는 물처럼 흘려 보냈다.

즐거움을 잃어버린 시간들… 갇혀버린 현실 속에서 나를 찾는 일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20160106

#1. 터보의 새앨범이 나왔다. 20주년기념 앨범이라고 한다. 고딩시절 주말마다 청소한다며 청소기 소리보다 크게 틀고 듣던 그 테이프들. 집에 가면 어딘가에 있을텐데… 그들과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2명이 3명이 되었고.. 나 역시도 내 성을 따른 아기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나는 하나도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나를 바꾸었다. 내 생각과 삶의 방향들을…

#2. 따뜻한 겨울이다. 아니, 날씨 앱의 수치가 그렇다고 하고 집안의 온도계도 그에 동의하고 있다. 너무나도 추웠던 몇 년 전의 관사가 생각 난다. 비싼 가스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다양한 전열기기들을 깔고 살았던… 그랬지만 아늑했다고 기억하던 그 곳….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아련한 아름다움이다. 당장 오늘의 추위가 가장 추운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옷깃을 여민다.

#3. 주말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너무나 캄캄하다. 첫차를 타기 위해서 자주 갔지만 익숙해지지 않은 길을 다시금 되짚으며 간다. 가로등은 있지만 켜 주지는 않는 그 길을 스마트폰 라이트를 켜고 간다. 너무나 춥고 깜깜하다. 발을 한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어딘가 모를 덤불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하루하루의 살이가 그런 것 같다.

#4. 치열한 하루하루이다.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잠시 딴 생각을 하기에는 내 앞에 떠 있는 메신저 창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 그냥 시간에 이끌려 핸드폰 일정표가 띄워주는 팝업에 따라 경로를 이동하며 다니고 있다. 지금은 의미없는 논문을 적겠다고 이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무엇 때문에 왜 쓰는지 모르게 된 논문을 그래도 뭔가 끄적이려 한다. 작가가 된 것이다. 논문 작가. 머릿속은 하얘지고, 남이 써 놓은 선행 연구들에 비해 내가 한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매력있는 글을 적어야 한다. 에디터에게는 부족함을 들키면 안되고, 심사위원의 거부는 피해야 한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너무나 좋다. 조금만 더 쉬고 다시 해야지….

#5. 월요일 시무식에서는 행복한 직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연차를 쓰고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더라. 하지만, 주말에도 일하라고 득달같이 연락이 오고, 퇴근길에도 그 분의 지시사항이라며 컴퓨터를 켜고 다시 일을 하게 하면서… 그래도, 시키면 해야지. 난 봉급쟁이니까…

 

 

내 아버지가 그러한 삶을 살아왔듯이, 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 같다.